‘역행자’ 서평
‘나’라는 알고리즘.
책의 첫 도입부는 도발적이다. ‘나’를 ‘자의식’이란 것을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자신을 인식하는 의식은 대부분 무의식 단에서 이루어지는 소위 ‘자동적 사고’이며, 석기시대에 형성되어 제대로 업데이트도 이루어지지 않은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다.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어떠한 의례적인 제스처 없이 백일하에 드러내는 직진성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독자는 변명의 여지 없이 그대로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가장 강력한 설득볍이라 느꼈다.
인정하기_자의식으로 가득 채운 쓰레기집을 보여주는 용기
다음 단계는 자의식이 지어낸 자동적 방어기제의 궁색함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성공사례와 방법론에 달린 전형적인 댓글들의 초라한 자기소개성 표현이 어떠한 기저심리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파헤친다. 우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 놓았던 보물같던 자동적 방어기제가 사실은 석기시대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모았던 조개껍데기와 짐승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보여준다. 설명대상은 추상화된 사고체계이나, 설명방식은 살 떨리는 현장감이 돋보인다. 이 방식은 예의에 어긋남 없이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내담자가 실체를 직면케 하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치료방식과 닮아있다.
사유와 고찰 위에 세워진 성공_그의 성공이 묵직한 이유
이어 기술된 상당한 분량의 개인사에서 눈이 가는 부분은 그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보다 ‘자청의 코어형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금 이룬 성공의 근간을 찾아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철학과 대학생 송명진’을 만나게 된다. 안산도서관에서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읽어왔던 독서의 시간은 그의 단단한 사고의 토대가 되어 철학으로 코어가 완성되었다. 그러기에 그의 성공은 휘발성을 띄지 않았으며, 새롭게 생성되는 성공의 사례들이 한옥집의 나무기둥 이음새처럼 완벽한 요철로 결속되게 만들었다고 본다.
팃포탯(Tit for Tat)_ 세가지 유형의 인간과 대응전략
인간의 행동양식에 따른 세가지 유형은 직관적이라 더욱 흥미롭다. 무의식의 쿨가이 Matcher, 비뚤어진 노력파 Taker, 극과 극의 결과물을 창출하는 Giver. Giver의 클래스가 중위에 머무르지 않고 양극단으로 갈라져 버리는 요인은 ‘판별력’과 ‘단호함’을 겸비했는지의 여부었다. 그리고 Giver가 Matcher와 Taker를 누르고 클래스의 최상위로 우뚝 설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직 Giver만이 나머지 두 그룹을 다룰 만한 ‘주체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달리 말하면 Matcher와 Taker는 게임의 NPC와 같은 무의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서 필승법으로 여겨지는 Tit-for-Tat 전략을 깨닫고 실천하는 각성한 Giver가 우리의 최종 롤모델이다.
이제까지 들어왔던 지식은 모두 틀렸다_ 두뇌 풀가동을 위한 4가지 필승법
독서와 작문의 2-2전략, 루틴 재구성, 신체단련, 충분한 수면. 네 가지 방법은 너무나 강력하고 익숙했으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충분한 수면의 경우, 최근 ‘미라클모닝’ 무브먼트에 가려져 그 가치와 중요성이 폄훼되는 감이 있었는데, 속 시원한 근거와 큼지막한 폰트로 완벽한 설득을 이끈다. 허세를 위해 나의 뇌를 혹사시키지 않는 찐 두뇌풀가동법, 정말 반가웠다.
너무 간단해서 반박조차 불가한_ 상상을 물질화 시키는 ‘실행’이라는 마법
네이버 블로그에 강조할 단어 다섯 번만 쓰라. 유튜브에 아무 영상이나 올려라. 이게 어렵나? 이 두 문장의 내용에 대한 반박은 무의미하다. 오직 실행만이 답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으나, 이토록 핑계 뒤에 숨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실천법은 처음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다.
한 줄 요약_ 부러우면 부럽다고 꼭 말하자. 그래야 고쳐진다.
변명하지 마라. 직면하고 인정해라. 그리고 실천해라. 이 세 문장이 책내용의 전부다. 그리고 나는 완벽하게 설득되었다. 안이함을 박살내는 도끼 같은 책을 알게 되어 기쁘다. 이제 실천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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